노후 아파트 찾은 윤 대통령 "국가가 무슨 근거로 재산권 행사 막나"

입력 2024-01-10 18:12   수정 2024-01-11 01:00


“내 집, 내 재산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해야 합니다. 국가가 막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부동산 정책에 대해 토론하면서 재산권과 개인의 자유, 국가의 역할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열린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다. 윤 대통령은 “정부라고 하는 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탄생했는데, 무슨 근거로 정부가 (재산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느냐”고 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또 자유로운 재산권의 행사,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80여 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재건축·재개발을 원하는데도 정부가 막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집합적인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데 그걸 가로막는다면 정부도 한심한 상황”이라고 했다.

재산권에 대한 평소 소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보와 공공복리를 이유로 제한할 수 있지만, 공공복리로 제한할 때도 고도의 공공성이 있을 때만 제한해야 한다”며 “공공복리를 갖다 붙인다고 어떤 법이라도 만들고, 정부가 마음대로 규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에 징벌적 수준의 높은 세율을 부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물건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보유세나 거래세, 양도세 등을 중과하면 안 된다”며 “보유세를 마구 때리면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이고, 시장경제에 매우 해로운 결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평소 소신을 강조한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선물 받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인생의 책’으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프리드먼은 경제적 자유와 개인의 선택 등을 강조한 미국 경제학자다.

주택에 대한 과거 자신의 경험도 소개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공직생활 때 보따리를 싸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방 관사에 살아봐서 25년, 30년 된 아파트가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관사 생활하던 시절을 언급하면서는 “수도를 틀면 녹물이 계속 나와 5분 넘게 틀어야 양치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관사의 녹물만 그렇게 심하지 않았어도 검사 시절 사표를 안 내고 근무를 계속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역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장, 개인 임대사업자, 청년특화형 매입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신혼부부 등이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관련 업무를 맡은 사무관 및 주무관이 직접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 참석에 앞서 32년차 아파트인 고양 일산동구 백송마을5단지를 방문해 지하주차장 등을 직접 점검했다. 이 단지는 2022년 재건축을 위해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곳이다. 입주자 대표 등은 윤 대통령에게 노후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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